시간에 대한 청지기-안식일

정읍중앙교회 담임목사 설영관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가운데 일주일 중 하루를 기억하고 구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출 20:8). 단순히 시간을 아끼고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넘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주인께서는 확인하십니다.

성경 첫 장을 펼치면 아담과 하와가 창조되고 그들이 에덴동산에서 맞이한 첫 번째 날은, 하나님의 창조사역 일주일 가운데 일곱 번째 날이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안식하신 복되고 거룩한 날’(창 2:3)이었습니다. 그 다음 출애굽기를 열면 안식일의 의미를 더욱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만나의 기적에서 제칠일은 생존을 위해 애쓰는 수고의 순환을 깨는 날이며(출 16:14-31), 십계명 가운데 안식일은 창조의 기념일로서 다른 어떤 계명보다 충실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출 20:8-11). 또 가난한 자와 계집종의 자녀와 나그네와 소와 나귀가 쉬며 숨 돌리는 날이고(출 23:12), 세상 가운데에서 구별된 사람이며 백성으로서 표징(출 31:13, 17)이 되는 날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안식일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했으며, 창조주에 대한 기억이고, 약자들에 대한 전능자의 사랑이며, 제칠일 하루만 쉬며 예배하는 날이 아니라 엿새의 삶을 포함한 우리의 생존의 이유를 감사하고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안식일의 의미가 변한 것을 아시고 몸소 그 날의 진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안식일에 복음을 전하신 것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먹이시고 병든 자를 고치시며 마음이 상한 자들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킨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엿새 동안 하던 일에서 잠시 멈춰 교회 출석하는 것으로 청지기의 의무를 다 한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약속하신 안식일의 축복들을 안식 없는 이웃에게도 나누는 것이 주인의 뜻일까? 안식일, 하나님이 우리의 생명을 돌아보시듯 우리는 이웃의 삶을 돌아보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