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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향(歸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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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식일학교 작성일08-04-16 13:44 조회3,4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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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극
마지막 귀향(歸鄕)
(극본: 이덕준)

□ 등장인물
솔제니친, 위원장, 관리부장, 사람 1, 2, 3, 남자 갑, 을, 몰로토프, 아돌르, 쉴리아프니고프, 해머, 블라디미르, 쇨코프.

1막 1장

(무대 왼쪽에서 솔제니친이 글을 쓰고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무대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솔제니친: 수많은 세월동안 이 말씀의 진리는 지켜져 왔습니다. 모진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진리는 예루살렘을 위시해서 땅굴을 향하여 지칠 줄 모르고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그 복음의 씨를 사방에서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나게 하였습니다. 동토의 시베리아 하늘에도 복음의 소식은 시베리아에 울려 퍼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죽음과 위협을 무릅쓰며 진리를 전했습니다. 이 성경! 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이 듬뿍 베어있기에 더욱 더 빛나는 말씀의 보고! 그러나 역사의 운명은 러시아의 많은 믿음의 백성들에게 무서운 핍박과 고난을 예고하였습니다. 1917년 볼셰비키 정권의 절대 권력자 레닌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러시아 황제에 충성하는 백군과 의 전쟁에서 28명의 주교와 1215명의 사제들을 총살시켰습니다. 이것은 음울한 역사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그 여파는 내가 다니던 레닌그라드 신학교에도 덮쳤습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강당에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에 충성할 자는 앞으로 나오라고 했죠. 이 때에 우리 모두는 이것이 생과 사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이라는 것을 떨려오는 전율로 느꼈습니다. 이 때 단 한 명의 신학생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때 분노와 멸시와 배반에 대한 고동이 모든 학생들의 시선을 그에게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나간 후 그들은 성당에 불을 질렀습니다. 저는 다행히 성당의 작은 사제관으로 피할 수 있어서 살았습니다. 그 외에는 600여명에 가까운 신학생과 목사님이 불에 타죽거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몰로도프. 학교의 총애를 받았던 독실한 신학생으로서 그 돌연한 배반,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일기장을 든다) 여기 빛바랜 일기장이 한 권 있습니다. 이 일기장이 바로 그의 것입니다. 말없이 죽어간 한 영혼의 처절하고도 인생에 대한 고뇌와 투쟁이 서려 있죠. 30년이나 흘러간 이 일들을 이제 여러분께 고백합니다.

1막 2장

(몰로토프와 세 명의 남자들이 있다. 그리고 위원장과 관리부장 1명이 등장한다)

관리부장: 모두 일렬로 집합! 차렷! 열중 쉬엇! 차렷! 이곳을 찾아온 자랑스런 제군들이여, 정말 반갑다. 이곳은 당 사상 교육원으로 제군들은 이곳에서 이제까지 안일한 생각들이나 쓸데없는 잡념들은 버리기 바란다. 그리고 사상의 부장을 통하여 이곳을 나갈 때에는 당의 충성스러운 전사가 되기를 바란다. (위원장이 헛기침으로 눈총을 준다. 그러자 관리부장은 알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내 서론이 길었던 같다. 이제 제군들에게 여러분의 전반적인 교육 문제를 책임질 위원장님을 소개하겠다. 박수!
위원장: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곳에서부터 아니 이곳으로 오기 위해 지원한 때부터 여러분들의 개개의 인격은 전인민을 위한 하나의 부분으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존재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위원장의 이야기는 실제 3시간 동안 이야기한다. 처음 1시간째는 세 남자는 딴 짓을 하고 몰로토프는 머리를 만지며 시계를 본다. 2시간째는 관리부장은 구석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다리를 쭉 뻗고 자고 나머지는 서서 존다. 3시간째, 특히 위원장은 과장된 동작을 표출한다)
위원장: 이상으로 여러분들이 앞으로 이곳에서 잘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그럼, 이만 마치겠다.
관리부장! (크게) 관리부장! (졸고 있는 쪽을 쳐다본다. 관리부장 깜짝 놀라 일어난다)
관리부장: 어디 불이 났습니까?
위원장: 한심하군, 한심해. 따라오기나 하게.
관리부장: 예, 알겠습니다. 이제 모두 짐 정리하도록!
(관리부장이 되돌아보았을 때 네 명 모두 다 쓰러져 자고 있다)

(일기 낭독)
“사상교육을 받은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었다. 이제 1주일만 더 받으면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날 수 있다. 오늘따라 전에 보지 못했던 큰 비가 번개와 천둥과 함께 내리치고 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살기 위해 난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지금, 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때 나를 쳐다보았던 친구들의 분노와 원망의 눈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나와는 무관하다. 아니 무관해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을 선택했고, 난 포기했을 뿐이다.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린다. 내 가슴을 향하여 날아오는 화살과 같이.”

(몰로토프와 남자 갑, 을 등장한다)
남자 갑: 휴 -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곳도 일주일이면 끝나네. 끝나면 얼른 그리운 집으로 가서 사랑하는 어머니가 보고 싶군.
남자 을: 집이 어딘가?
남자 갑: 우리 집은 페트로그라드에 있네.
남자 을: (경멸하는 투로 대답한다) 아니, 그럼, 자네 아버지는 철도 노동자였겠네.
남자 갑: 이 사람이 지금 누굴 약 올리나? 그렇다면 자네 아버지를 뭐했나?
남자 을: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를 곡물 팽창업을 했지.
남자 갑: 곡물 팽창업? (몰로토프에게 가며) 곡물 팽창업이 뭔가?
몰로토프: 뭐긴 뭐겠나? 뻥튀기 장사지.
남자 갑: 푸하하하. 뻥튀기 장사? 자네 아버지는 식량 증산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군.
남자 을: 그래도, 무식한 철도 노동자보다는 낫지 뭘 그래?
남자 갑: 이 자식이 진짜? 철도 노동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맛을 보여줘야겠구먼!
몰로토프: 그만들 하게. 나라는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우리끼리 이렇게 다투어서 되겠나?
남자 갑: 뭐라고? 이 겁쟁이가 왜 남에 일에 끼여들고 그래? 친구들은 불에 타죽게 해놓고 자기만 살아남아 가지고...
남자 을: 말이 너무 심하잖나? 다 같은 한 배를 탔는데. (몰로토프, 고개를 숙이고 퇴장한다)
남자 갑: 내가 하나님이라면 너 같은 것 가만 안 놔두겠다. 원, 사내 자식이 자기 하는 일에 확신도 없냐?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기 신조를 버리지 말아야지.
남자 을: 자네는 나랑 싸워야지. 어떻게 말리는 사람과 싸우나? 그만 두게.
남자 갑: 아참, 그렇구만. (을의 멱살을 잡고)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나?
남자 을: 완전히 단세포구만?
남자 갑: 뭐? 단세포? (불이 꺼진다)

1막 3장

(무대 왼쪽에 서있던 위원장에게 조명을 비춘다)

위원장: 몰로토프! 그간 고생이 많았지? 이곳에서 아주 잘 참아주었네.
몰로토프: 다 위원장님께서 도와주신 덕입니다.
위원장: 오늘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고 상부에서 사상검사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네.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면 되네. (서류를 갖고 검사를 시작한다) 기록에 보면 자넨 레닌그라드 신학교에서 당에 지원한 유일한 학생이었네. 그 때 왜 지원을 했나? 이것은 솔직히 답해주어야 하네.
몰로토프: (잠시 머뭇거린다) 전 고아였습니다. 고아원에 있을 때 양부모가 데려갔죠. 목사인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레닌그라드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은 양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전 그곳에서 독실히 하나님을 믿고 있었죠. 미래에 목사가 될 꿈에도 부풀어 있었고... 그러나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나의 모습은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치열해지는 내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공산주의자들은 결국 내가 다니던 레닌그라드 신학교도 파국을 맞이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려주듯 총과 무기를 앞세워 몰아닥쳤죠. 전 그 전날 밤에 이미 그 다음날 일어난 사실들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공산주의자들 중에 제 친구인 가돌르라는 사람이 와서 귀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설득했죠. 결국 저는 설득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저는 그 무서운 전제의 광기와 이념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이었습니다.
위원장: 아주 잘 들었네. 자넨 정말 훌륭한 결단을 내린 거야. 보이지 않는 인간의 쓰레기 같은 정신적 부산물의 속박에서 자넨 자유로워진 거야. 흠, 이제 두 번 째 질문을 하겠네. 예수쟁이들이 흔히 말하는 하나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몰로토프: 하나님이요? 그러한 존재는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적 부산물로서...
위원장: (말을 가로채며) 그건 교육받은 얘기고, 네 자네에게 누누이 말하지만 솔직히 말해주게. 그래야만, 자네의 잘못된 생각과 사상을 고칠 수 있네.
몰로토프: 왜 그렇게 저에게 세세한 배려를 해주시죠? 지금까지 말한 내용으로도 전 아마 감상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생쥐꼴일텐데요. 그러한 생쥐를 왜 구해주시려는 겁니까?
위원장: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주지. 우선 내 질문에 답해주게.
몰로토프: (위원장을 잠시 응시한 뒤) 전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하나님을 부정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지금도 밖에서는 거리에서 집에서 가게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당에 불복종하는 사람들은 총살형과 형장에 이슬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전 공산주의가 하나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엄청난 집단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사상 앞에서 쓰러져 가는 많은 사제들과 목사들과 신자들을 바라보며 전 이미 죽음이라는 공포 속에서 하나님을 부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것만이 저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죠.
위원장: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할 때가 왔군. 그 동안 이곳에서 많은 사상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몰로토프: 인간의 존재와 가치입니다.
위원장: 무척 흥미로운 생각이군. 계속 이야기하게.
몰로토프: 인간은 생각하는 단백질 덩어리로서 오직 당을 위해 죽고 오직 당을 위해 충성할 때만 인간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당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이 지상 천국에 방해되는 사상과 인간은 사라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 문제로 그 전에 가득 차 있던 사상들과 힘겨운 싸움을 했어야만 했습니다.
위원장: 그러나 자넨 죽음 앞에서 펼쳐 보인 굴욕에 의해 강요된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군. 공산주의는 그런 강요되는 사상이 아니야. 인간의 원초적이며 인간 내면에 있는 해방 의지를 표출하는 거야. 억압받던 자들과 노동자들의 진정한 지상천국, 이것이 공산주의의 목표일세. 우린 단지 두려움 때문에 당에 충성하면 안 되네. 열렬한 열정과 미래에 대한 신념으로서 당에 기쁜 마음으로 충성해주게나.
몰로토프: (머리를 숙이며) 예 알겠습니다.
위원장: (서류를 챙기며) 이렇게 솔직하게 질문에 답해주니 정말로 고맙네. 자넨 아직도 내부적 갈등이 심하군. 그러나 좀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 아까 자네의 질문에 답해주어야겠군. 뭐, 이유는 간단하네. 나도 자네와 같은 고아출신이지. 그래서 왠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 오늘 나와 한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게. 자네가 매우 위험에 처하게 될 걸세. 그리고 이제 자네는 모스크바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배치가 되었네. 당에 헌신하는 마음으로 일해주게. 그곳은 그 동안 자네가 배우고 의식화된 것들을 적용하고 시험하는 무대가 될 걸세. 그리고 참, 그곳에는 자네의 친구인가 하는 아돌르가 원장으로 있네. 그를 잘 도와주게.
몰로토프: 고맙습니다, 위원장 동무! 끝까지 당에 충성하겠습니다.

(불이 꺼진다)

1막 4장

몰로토프: 이보게 아돌르, 이번에 들어온 사람들 명단을 갖고 있나?
아돌르: 물론 있지. 이번 명단에는 목사들이 주로 많이 잡혀왔더구만. 참! 312호 환자가 주사 맞는 것을 거부한다며?
몰로토프: 그렇네.
아돌르: 무슨 조치를 취해야겠군. 어쨌든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몰로토프: 그런데, 그 명단을 한번만 좀 볼 수 없겠나?
아돌르: 보여줄 수야 있는데... 매우 중대한 일인가?
몰로토프: 그런건 아니고 좀 아는 사람이 들어왔다기에...
아돌르: 혹시 그 자가 바로 자네의 친구가 아닌가? 이름은 솔제니친이라 하는...
몰로토프: 그것을 자네가 어떻게 알지?
아돌르: 내가 누군가? 치밀한 판단력과 예리한 관찰력을 가졌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 아닌가? 그 자가 자네와 같은 대학 출신이더군. 설마 했는데 자네의 말을 듣고는 확신이 생겼지.
몰로토프: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리로 왔지? 그는 외국추방이 결정되었을텐데...
아돌르: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그런 위험한 자를 그냥 내보낸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지. 그래서 이곳에서 휴양도 하면서 뇌속의 기억도 청소해 주기로 결정을 보았네.
몰로토프: 그렇다면 그를 담당할 사람은 누구인가?
아돌르: 몰로토프, 바로 자네일세. 자네는 저번 주 당비판 위원회에서 아직도 감상주의와 낡아빠진 종교론에 빠져있다고 비판받지 않았나. 이제 그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당과 국가에 충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네. 난 자네를 믿어. 꼭 명예를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이네.
몰로토프: 생각해줘서 고맙네.
아돌르: (서류를 뒤지다가) 자, 여기 있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는 게 아니네.
몰로토프: (서류를 이리저리 살피고 준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아돌르: 잘 가게. 당과 나는 자네를 믿네.
(몰로토프, 아돌르를 한 번 바라본 뒤 퇴장한다)
아돌르: 쉴리아프니고프! 해 머!
쉴리아프니고프, 해머: 예! 부르셨습니까?
아돌르: 자네들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겠네. 앞으로 몰로토프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나에게 보고하도록. 일이 잘 될시 에는 내가 당에 꼭 그 업적을 보고하지.
쉴리아프니고프,해머: 예! 알겠습니다.
아돌르: (전화를 받는다) 위원장 동지십니까? 아, 이 일은 잘 맡겼습니다. 그러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됐어!

2막 1장

(일기 낭독)
“7월 31일 비 내림.
이 곳 정신병원으로 온지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회색 담장 안에 흰색 칠 된 건물.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번듯하게 서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단식 투쟁하다 굶어 죽은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끔직하다. 몸이 퉁퉁 부어버린 싸늘한 시체들. 그러나 그들의 고통과 핍박을 견딜 수 있도록 해 준 용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이들은 소유한 것 같다. 정신병원 뒤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가 올라간다. 죽은 자들의 울부짖음같이 하늘에 퍼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난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니야, 아니야. 이것이 진정으로 옳은 생각일지도 몰라. 내 머리를 이렇게 만든 역사와 이념 앞에서 난 그것을 쫓아갈 만한 기력도 남지 않았다. 난 인간의 양심 속에서 아련한 회귀 본능적인 향수에 요즘 자주 젖어든다.”

(블라디미르 부코프스키와 아돌르와 몰로토프 등장한다)

아돌르: 지독하군, 블라디미르! 이젠 그만 고집할 때가 되지 않았나? 당에서는 이제 자네를 놓아주기로 했네. 만약 서구로 가서 입을 닫고 있는다면 말일세.
블라디미르: 아니, 이런 조건하에서는 가지 않겠어. 나는 당신들이 정신병원에 집어넣은 사람들에게 자행하는 참상을 책으로 썼어. 당신들이 그들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나는 서구로 가지 않겠어.
아돌르: 역시 지독하군. 그 반동적인 냄새가 지독해. (계속 손에 코를 가져다 댄다) 몰로토프! (몰로토프에게 눈짓한다)
몰로토프: (정신나간 듯이 서있다가) 응, 아, 알았네. (블라디미르 뒤로 가서 팔을 붙잡는다)
블라디미르: 이것 놓지. 난 반항하지 않아. 내 고통의 모습을 자네들에게 보이는 것도 수치라고 생각하네. (아돌르가 주사를 놓는다. 그리고 몰로토프와 아돌르가 블라디미르를 끌고 나간다)
(잠시 후 다시 나온다)
아돌르: 그간 그 자를 잘 보살펴주고 있겠지? 그 자의 사상은 굉장히 위험하니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게.
몰로토프: 알았네. 그런데, 요즘 들어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전보다 배로 증가하는데, 수용할 방이 턱없이 부족하네. 상부에 방을 늘리도록 요청해 주겠나?
아돌르: 그럴 필요 없네. 방은 늘리지 않기로 했네. 대신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네.
몰로토프: 그럼...설마...
아돌르: 맞았어. 자넨 역시 눈치가 빨라. 내일 오전에 일주일 전까지 들어온 사람들을 모두 배에 태울 작정이야. 그리고서 대양으로 내보낸 다음 배를 향하여 대포를 쏘는 거지. 어때? 멋진 계획이지 않나? 쓸모없는 도구는 빨리빨리 없어져야 하네.
몰로토프: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
아돌르: 심하다니?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자네, 지금 나에게 인권선언을 하는 건가? 자유와 평등을 그들에게 보장해 주라고 말이야?
몰로토프: 그런 건 아니고, 아직 그들이 당에 충성할 기회를 줘야 되지 않나?
아돌르: 도대체 뭐가 충성이야? 그들의 머리는 이미 썩어빠진 이념과 어리석은 신 앞에서 죽어가고 있어. 그렇다고 그들을 회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저 죽음을 미리 앞당기는 것뿐이야.
몰로토프: 그러나 공산주의의 이념에는 전 인민의 행복을 위한다고 되어 있지 않나?
아돌르: 그래 그 말은 맞아. 하지만 이 자들은 가진 자들이야! 부르조아라고!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착취하던 벌레만도 못한 조상과 가문과 재산을 가지고 있었네. 게다가 인민들의 시선을 하찮은 신에 의한 구원으로 돌리도록 종교를 들여왔지.
몰로토프: 그렇지는 않네. 이들이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라도 인간은 인간일세. 그리고 신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분이 아니야.
아돌르: 아니, 몰로토프, 지금 자네가 한 말이 얼마나 중대하고도 위험천만한 발상인 줄 알고나 있나? 자네 머리 속은 아직도 부르주아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감상론에 매우 젖어있군. 잘 듣게. 인간이란 한낱 고기 덩어리에 불과해. 그리고 소위 이성이란 고기 덩어리에 붙어있는 비곗살과 다름없어. 더 이상 그 가치를 찾아볼 것도 없지. 모르지 자네가 알고 배웠던 신은 이것들한테서 가치를 찾아낼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쓰레기야. 오직 인간이란 전체를 위한 부속품이야. 자넨 유능한 도구일세. 그리고 여기 있는 인간은 다 쓸모없는 부품들일 뿐이야. (속삭이듯이) 다시 한 번 의견을 듣고 싶군.
몰로토프: 맞아. 자네 말이 맞아. 인간은 한낱 고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다만 국가를 위해 충성할 뿐이야. 그럼으로써 인간은 모든 일을 마치는 것이고. 결국은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사건으로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래, 난 한낱 걸어 다니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고기 덩어리야. 그리고 신은, 없어! 신은 없다구!
아돌르: 이제 자네가 뭔가 마음에 확신이 생기나 보군. 괜히 일을 만들지 말게. 당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것은 바로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네. 당에 쓸모 있는 도구가 되도록 노력하게. 그렇지 않을 시는,,, 아무튼 잘해보게. 하하하하.

2막 2장

몰로토프: 벌써 봄이 왔군. 창밖에 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니...
솔제니친: 정말 그래. 긴긴 겨울이 끝나고 모스크바에도 봄을 맞이할 때가 되었구나. 내가 자네와 함께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첫 입학해 기숙사 뒤 숲 속의 공터에서 우리가 맺었던 맹세들을 기억 하나. 그대 우린 마치 서로 하나가 된 듯한 목소리로 그 맹세를 하늘을 향해 외쳤지 않나.
몰로토프: 그만해, 솔제니친, 난 변했어. 내 육체도 내 정신도 이젠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갈 수 없어. 마치 지나치게 늘어나 제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고장난 스프링과 같다구.
솔제니친: 그래, 그럴는지도 몰라. 나도 그 불타는 성당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을 때, 난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시 죽고 싶었지. 그러나 그 잿더미 속에 죽어 가는 한 동료가 나에게 무엇을 내밀었는지 아나? 그것은 바로 이 성경일세. 마지막으로 그의 혼신의 힘을 다하여 내 가슴에 안겨준 이 성경책을 보면서 난 600여명이 죽어간 그들의 외침을 들었어.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진정한 기쁨이 서려 있었네. 그때, 나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 내 목숨을 내놓기로 작정했었네.
몰로토프: 그렇다면, 자넨 복음을 지키다가 죽은 위대한 순교자라고 세상 사람들이 칭송하겠군. 그러나, 난 가장 부도덕한 배신자라고 비난을 받아야겠지.
솔제니친: 밖을 보게. 자네가 말한 대로 봄이 왔네. 긴 겨울 내에 죽은 듯이 보였던 생물들이 고개를 쳐들고 있어. 자네는 결코 배신자가 아니야. 단지 나약한 인간일 뿐이네. 돌아오게. 죽은 것처럼 보이는 새 생명의 싹을 다시 튀어보게.
몰로토프: 돌아오라고? 자넨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줄이나 아나? 지상 천국! 비천한 노동자들과 억압받는 민중들의 진정한 행복이 깃든 곳. 그러나 자신의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면 남는 것은 아무 쓸모도 도움도 없는 신뿐이 없지. 자, 보라구. 지금 러시아에서 물결치는 프롤레타리아의 이념을 그 속에는 현실을 바꾸어 놓은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구.
솔제니친: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죽어야만 했었는가? 땅속에 묻혀있는 한 줌의 재가되어 절규하는 저 영혼들이 외침이 들리지도 않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죽음 속에서 마치 스데반의 순교처럼 죽어가면서도 떠오르는 그들의 기쁨과 미소를 못 보았나?
몰로토프: 그건 미친 짓이야!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맞지도 않는 그러한 엉터리 같은 신을 믿고 의지하다니. 그와 반면에 우리의 이론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야. 그리고 자네의 신론은 기껏 우리가 취급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솔제니친: 그래, 어쩌면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그분의 말씀과 그분의 역사를 비논리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과 사랑 그 자체야. 바로 자네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거지. 그리고 자네 내부에서 그토록 찾고 헤매던 것이 아니었나? 이제 자네의 생각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십자가를 바라보게. 수많은 선조들에 의해서 지켜져 왔던 십자가를 말일세. 자넨 지금 방황하고 있어. 이미 가슴속에서는 목이 말라 애타게 물을 찾고 있다구. 무엇 때문에 문 앞까지 와서 방황하는가? 지금 어서 두드리게.
몰로토프: 그만! 그만해! 더 이상 날 괴롭히지마. 내가 왜 자네를 살려준 줄 아나? 왜 자네에게만은 약물을 주사하지 않은 줄 아나? 물론 자네는 내게 옛날의 어떠한 부분이라도 남아있어서 자네의 뇌세포를 죽이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겠지. 분명히 말해주지만, 난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었네. 내가 습득한 사상의 전부를, 그 우월성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지. 그래서 자네를 살려둔 걸세.
솔제니친: 자넨 봄을 거역하고 있군.
몰로토프: 그래, 난 하루에도 몇 명씩 자신의 어리석은 용기로 굶어 죽어간 인간들이자 그밖에 총구에 날아간 시체조각들을 맞춰 그들을 갖다 태우는데도 이젠 진력이 났네. 난 하루에도 몇 수십 번씩 이 악취나는 손을 씻고 또 씻지. 그러나 난 보란 듯이 이 과정을 이겨낼 것이네. 그것은 내 자신의 실패하면 안되는 시도이자 마지막 도전이네.
솔제니친: 자신을 속이지마. 넌 지금 돌아오기를 갈망하고 있어.이제 그 방황의 끝을 낼 때가 온거야.
몰로토프: 하하하하.... 흐흐흐 (크게 웃다가 갑자가 흐느낀다)
솔제니친: (어깨를 토닥거린다) 결국 다시 주님께로 돌아올 것을 믿네.
몰로토프: (손을 뿌리치며) 난 머리가 아파서 이만 가보겠네. 그리고 검사원들이 오면 내가 지시한대로 행동하게. 그럼 잘 있게.
솔제니친: 잘 가게. (불이 거진다.)

(독백) 또 다시 돌아온다. 이제 나는 모든 것에서 차례로 차례로 인간이기를 포기해 갔던 것들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하는 미지근한 나의 행동에 경멸을 표할 뿐이다. 217호에 수감되었던 72세의 늙은 목사님이 결국 지병과 연로함으로 죽었을 때 나는 그의 몸 수색을 하다 성경의 한 페이지 쪽지를 발견했다. 난 얼떨결에 그것을 내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다행히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 정신병원내의 관리자들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아, 혹시 내가 한 일이 탄로난 것일까? 두렵기만 하다.

2막 3장

(아돌르와 해머, 쇨코프가 등장한다)
아돌르: 그게 정말인가? 하긴 요즘 병원 분위기가 이상해서 낌새를 채고 있었지만...
해머: 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정도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부에 올릴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라도.
쇨코프: 무슨 소린가? 그자를 두둔하자는 건가. 자넨 가끔 그 마음 약한 소리를 하는 게 단점이야. 싹은 커지기 전에 잘라야 후환이 없네. 일단 처리하고도 보고서 작성에는 무리가 없어. 안 그렇습니까? 아돌르 원장님.
해머: 쇨코프, 그 자에게 적어도 기회나 변명할 여지는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도 그 일 빼고는 이곳에서 열심히 당에 충성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쇨코프: 점점 못하는 말이 없구만, 괜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으스대지마.
해머: 내가 언제 으스댔나?
아돌르: 그만들 두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아주 좋은 계획이 있으니까? 자, 이리들 모여 보게. (이때 한쪽 무대에 몰로토프가 등장한다. 셋이 수근 수군댄다)
쇨코프: 정말 멋진 계획인데요. 역시 원장님은 당을 이끌어갈 미래의 지도자적인 총명함이 빛나는군요.
아돌르: 이 일을 위해서 둘 다 이 비밀을 꼭 지켜야 하네. 알았나.
쇨코프: 옛! (둘은 퇴장하고 몰로토프에게 조명이 비추인다. 그리고 아돌르가 다가온다)
몰로토프: 어! 자네가 웬일인가?
아돌르: 특별히 의논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네.
몰로토프: 무슨 큰일인가?
아돌르: 아! 그렇게 큰일은 아니네. 오히려 자네의 짐을 덜어주는 일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 앞으로 더 이상 그자를 보살필 필요가 없어졌네. 상부에서 그자를 비밀리에 처단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일세.
몰로토프: 아니 그자를 얼마 안 있으면 외국으로 추방당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돌르: 물론 그때야 그랬지.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어서 서방사회에서 솔제니친의 얘기가 소원해졌네. 이러한 때에 그를 내보낸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야. 다시 용광로에 불을 지필 순 없네.
몰로토프: (안색이 변하여) 그럴 순 없네. 그럴 순 없어.
아돌르: 뭐가 그럴 수 없다는 건가, 자넨 역시 한심하군. 그깟 과거의 일 하나 갖고 뭐 그리 방황하는가? 깨끗이 잊어버리면 될텐데. 미래의 지상천국을 위해 당에 헌신하는 일꾼이 정녕 자네는 될 수 없단 말인가? 내 그 순간의 일을 숨김없이 다 알고 있네. 이번이 자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세. 방아쇠를 자네가 당기게. 잘 생각해보게나, 무엇이 자네를 위한 일인지. 목숨은 가끔 사람을 정신차리게 하지, 하하하하.
몰로토프: (무릎 꿇고 흐느낀다) 흐흐흐흐

2막 4장

(솔제니친과 몰로토프가 등장한다)
솔제니친: 벌써 여름이라니 두 해가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몰로토프, 몰로토프.
몰로토프: 으응.
솔제니친: 뭘, 그리 깊이 생각하나.
몰로토프: 아, 아무것도 아닐세 그저 잠시 딴게 생각나서.
솔제니친: 참 이상하군, 자네 오늘 태도가 왜 이러나.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무슨 안 좋은 일 있나?
몰로토프: 글쎄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날 좀 그만 내버려 둬.
솔제니친: 알았네. 그런데 화까지 낼 필요는 없었지 않았나.
몰로토프: 미안하게 화를 내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나, 그만 가보겠네.
(몰로토프 나간다. 솔제니친은 말없이 그의 뒷모습만 응시한다. 그리고 나간다. 뒤따라 솔제니친도 나간다. 주조명을 나가고 베이비만 돌아온다. 음산한 음악이 깔린다)
(몰로토프가 권총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계속해서 권총 쏘는 시늉을 음악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음악이 끝나면 권총을 거울을 향해 집어던진다. 그리고 뛰어 나간다. 동시에 모든 조명이 나간다)

(조명이 켜진다. 몰로토프와 솔제니친이 등장한다)
몰로토프: 이보게. 솔제니친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네. 빨리 도망가야 하네. 날이 밝으면 자넨 총살형을 당하네.
솔제니친: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난 이제 모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네. 이곳에서 죽겠네.
몰로토프: 바보 같으니라고. 누가 자네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총대를 댈지 아는가? 바로 날세.
솔제니친: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면 자네가 진정으로 우리가 맺었던 맹세를 기억하게 됐나?
몰로토프: 물론이고 말고. 그리고 자네는 죽어서는 안될 몸이야. 이곳의 실상을 전세계에 폭로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네. 내가 비밀 통로를 알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세.
솔제니친: 그러면 자네는 어떻게 하는가?
몰로토프: 그건 걱정하지 말게. 주께서 함께 하실 것이네. 이곳에서 정리할 일이 있어서 그것 좀 하고 자네를 곧 뒤따라 갈 걸세.
솔제니친: 자네 입에서 이제 다시 새 생명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군.
몰로토프: 자, 지체 말고 빨리 떠나세.
(급히 퇴장한다. 조명 켜진다. 몰로토프와 솔제니친이 해머에게 무대 중앙에서 들킨다)
볼로토프: 아니 자네는 어떻게 이리로 올 줄 알았지?
해머: 이 모든 일은 꾸며낸 일이야! 바로 자네를 시험하기 위해서지. 이제 이 통로를 따라나가면 그 앞에서 군인들이 매복하고 있지. 그리고 자네들이 나오면 총으로 쏴 죽일 것이다. 아돌르의 계략에 자네들이 넘어간 거야.
몰로토프: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얘기를 우리들에게 하는 거지? 그냥 놔뒀으면 죽을 텐데.
해머: 난 자네들을 죽이고 싶지 않네. 왜냐하면 그것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지. 그리고, 난 마음이 약한 것이 약점이네. 공산주의로 이룩될 진정한 낙원을 꿈꾸는 사람이야. 그러므로 누구든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폭력이 없이도 공산주의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도 정신병원 설립을 반대했었지. 솔제니친은 내가 직접 구해 주었다. 나를 믿게. 몰로토프.
몰로토프: 선택의 여지가 없군. 솔제니친, 해머를 따라가게 내 곧 뒤따라 가겠네.
해머: 빨리 가세! 솔제니친!
솔제니친: 하나님의 가호가 있길 비네, 그리고 맹세는 꼭 잊지 말게.
몰로토프: 내 걱정은 말게. 그럼 먼저 가지. 그리고 참, 이것을 받아두게. 내 일기장이네.
솔제니친: 아니, 이것은?
몰로토프: 어서, 어서 가!
(솔제니친과 해머 급히 퇴장한다. 그리고 쇨프와 아돌프와 등장한다)
쇨코프: 이런 반동분자가 여기 있었군. 당에 대한 충성의 서약에 실망을 안겨다 주다니 그래 그자는 어디로 도망시켰나?
아돌르: 이로서 자네와 나 사이에는 파국을 맞이하는군. 자네의 신이 자네 안에서 결국 승리를 취하는 구만. 차라리 그대 자네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기 않았을 텐데. 자 이젠 순순히 무릎 꿇게.
쇨코프: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오면서 총을 쏜다) 이런 반동분자 죽어라. 당에 충성할 수 없는 자는죽어야만 해. (몰로토프가 쓰러진다. 음악이 나간다)
아돌르: 이봐, 그만 쏴. 그래도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오랜 친구였네. 그나저나 마지막 한 놈을 잡으러 가세.
몰로토프: (쓰러지면서 외친다) 네 갈 길은 오직 주께 맡기며 네 삶을 오직 주께 의지하며, 우리 서로의 우정이....

(이후 장면처리는 배경 음악이 들려오며 만화기법을 도입한다)
(누군가가 시체에 하얀 천을 덮는다. 배경음악과 마지막 일기 낭독이 있다)

“9월 12일 맑음
해가 쨍쨍 내리쬐는 오후 무심코 일기를 쓰기 위해 일기장을 뒤적였다. 잊고 있었던 성경의 한 페이지를 발견하였다. 이 한 부분은 10 년을 그 목사님이 간수하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창세기의 한 부분에 속하는 그 페이지는 새까맣게 칠해져 있었다. 내가 전에 잃어버리고 살던 기억하기 두려웠던 이 말씀의 냄새. 그러나 정녕 나를 매 번 감동시킨다. 서서히 돌아오는 옛날의 기억들과 추억들이 도대체 누구로 인해 회복되는 것일까? 그렇다. 정녕 나는 인간이고 싶다. 그리고 의지하고 싶다. 모든 일에 나의 안일함과 무력함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내 자신의 모습에 치를 떤다. 돌아가고 싶다. 이것이 마지막 귀향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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