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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교순서

흑암(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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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식일학교 작성일08-04-16 13:43 조회3,342회 댓글0건

본문

성 극
흑암(Darkness)
(극본: 백숭기)

◆ 등장인물
퍼시발, 니콜, 원장(발텐), 루터, 남집사 1(다네크), 남집사 2(오발도), 여집사 (마틸드), 아이(미아로), 쩨르멘, 추기경, 여인, 군인들(카알, 게슬러, 부스카), 사람들.

◆ 프롤로그

(조명 없이 해설자(연출자)가 횃불을 들고 등장한다)

해설: 주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소망의 주께서 하늘로 승천하신 이후로 120여명의 제자들은 날마다 모이기를 힘쓰며 전심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오순절의 불길 같은 성령님의 강림으로 120여개의 횃불은 전 세계를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진리의 불길은 꺼질 줄 모르는 듯 나아가고 또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흑암의 왕 루스벨, 사단, 마귀라고도 하는 옛 뱀 곧 용의 세력이 진리의 횃불을 끄기 위하여 갖은 핍박을 가하여 수천만의 기독교인을 죽였고, 급기야 회유책의 성공으로 진리의 횃불은 서서히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횃불을 물에 던져 끈다) 중세암흑시대. 빛이 없어 방황하던 시간의 광야. 과연 흑암만이 세력을 얻고 진리의 횃불은 꺼졌는가? 하나님의 뜻은 좌절되었는가? 아닙니다. 결코 꺼지지 않았습니다. 흑암 속에서의 횃불의 회생. 그 역사의 주인공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퇴장한다)

제 1 장

(퍼시발과 니콜 등장한다)

퍼시발: 오늘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대해 시험을 치르기로 되어있지? 니콜!
니콜: 그래! 어제 밤을 새워 신학대전을 읽었는데 아직도 잘 이해할 수 없어. 왜 이리 글이 어려운지.
퍼시발: (웃으며) 정말 그래. 아, 신학 대전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니콜: 퍼시발! 그게 무슨 소리야! 발텐 원장님의 말씀이 기억 안나? 신학대전은 손수 하나님께서 기록하시고 우리에게 은혜로 내리신 선물이라고 했잖아. 이 책은 또한 하늘나라에 가도 있다고 ...
퍼시발: 이런 지겨운 책이 하늘나라에 있다니...이거 하늘나라에 가서 이 책 때문에 돌아버리는 게 아닐지 모르겠군
니콜: 무슨 그런 악담을.... 그게 다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은혜인걸...
퍼시발: 은혜? 그런 은혜는 개에게나 줘버리라지. 하늘나라에 가면 신학대전 외느라 모든 사람들은 대머리가 될 거야! 우리 원장님처럼 킥킥...
니콜: (퍼시발을 황급히 치며) 야! 저기 발텐 원장님이 오신다.
원장: (등장하며) 오! 퍼시발, 니콜. 잘 지냈는가?
퍼시발, 니콜: (인사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라!
원장: 자네 둘은 항상 붙어 다니는군. 허허허. 난 자네들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네. 라틴어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자네들을 교황청에 보고까지 해 놓은 상태이지. 자네들은 곧 훌륭한 수도사로 부르심을 받게 될 거야.
퍼시발, 니콜: 감사합니다, 원장님.
원장: 비단 이 베네딕트 수도원뿐만 아니라, 전 유럽 수도원에 밝은 빛이 되도록 항시 노력 하게나! 지금 남부 독일에서 일고 있는 이단의 무리들을 완전히 이 땅에서 몰아내는 그 날 까지 말일세!
니콜: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원장: 자!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하나님을 신뢰하라!
퍼시발, 니콜: 하나님을 신뢰하라! (원장 퇴장한다)
퍼시발: 자네 방금 그 얘기 들었지?
니콜: 무슨?
퍼시발: 왜 남부독일에서 이단이 일고 있다는 것 말이야!
니콜: 아! 루터가 벌이고 있다는 그 이단운동 말인가? 내 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지.
퍼시발: (앞으로 나서며) 일전에 허스의 ‘교회론’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니콜: (큰 소리로) 아니, 뭐라고? (주변을 본 뒤 작은 소리로) 그건 우리가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야!
퍼시발: 니콜, 그런게 아닌 것 같애! 왜 카톨릭이나 신부들이 성경을 읽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릴까, 너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니?
니콜: (당황하여 교과서 읽듯이) 그...그건 우리들이 너무 무지하고 죄인이라서 일부 하나님의 선택된 종들을 제외하고는 잘못 읽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
퍼시발: 그게 아냐! 성경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에게 성경을 읽지 않도록 강요하는 것이야! 뒤가 구리지 않다면 그들이 모든 사람에게 읽혀져 왔던 성경을 모두 압수해 지하실 창고에 쳐박아두진 않았을 거 아냐, 그치? 사실 우리는 교리문답에 나와 있는 대로만 믿을 뿐 진정으로 성경책을 연구한 적은 없었잖아. 허스의 주장도 그것이었어. 성경을 읽지 않는 자들은 분명히 무너진다는 것!
니콜: 자네 완전히 물들었구만. 사상이 철저히 배어있는 것 같애!
퍼시발: 아니야!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은 무척 혼란스럽네. 내 자신이 완전한 확신이 들 때까지 한 번 이 일에 대해 탐구해 볼 예정이야. 그래서 얘긴데...니콜! 우리 그들이 하는 대중집회에 한 번 가보지 않겠나?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
니콜: 무슨 소리야! 퍼시발, 그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자살행위야!
퍼시발: 그러니까, 평민으로 가장한 채 그 집회를 가자구. 자! 어때?
니콜: 너 정말 이상해졌구나!
퍼시발: 이상하게 생각할 것 전혀 없어! 좀 더 훌륭한 수도사가 되기 위한 것이니까... 자! 가자! 어서...
(퍼시발, 니콜을 끌고 나간다. 조명 꺼진다)

제 2 장

(조명이 켜지면 남집사1, 여집사, 퍼시발, 니콜, 사람들 앉아있고 루터 성경책을 들고 열정적으로 설교를 한다)

루터: 여러분, 우리에게 더 이상의 고행은 필요치 않습니다. (중간 중간에 나머지 배우들 ‘아멘’을 한다) 신부에게 여러분들의 죄를 낱낱이 고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우리에겐 더 이상의 고해성사나 성모 마리아 상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온전히 주님 앞에 설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면죄부를 불살라 버립시다! 주님의 은총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한 종이 조각에 있지 않습니다! 그분의 순결하신 성품 과 고귀한 인간에로의 열정은 오직 십자가에서만 발현될 것입니다. (성경을 높이 쳐들고) 성경을 보십시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희를 해방하였음이라”(절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야 합니다. 교리문답이나 신앙고백서는 여러분에게 결코 도움을 줄 수 없으며 여러분을 구원할 수도 없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법만이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금식으로 핍절되지 마십시오. 그 정력으로 주님께 기도드리십시오! 이젠 더 이상 맨 무릎으로 성당 계단을 오르지 마십시오! 그 힘으로 주님의 말씀을 전하시고 이 성경을 만들어 보급하십시오. 이젠 더 이상 면죄부를 사들이지 마십시오. 그 돈으로 이웃들을 돌아보며 그들을 구제하는데 사용하십시오. 성경은 말합니다.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숨 막히는 고해실에 들어가 칸 너머의 똑같은 죄인에게 이젠 더 이상 고해성사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친히 기도를 들으시며 중보하시는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
아이: (뛰어 들어오며) 병사들이 와요! 병사들이. (사람들 놀라며 일어선다)
남집사 1: 루터 선생님! 여기를 떠나셔야 합니다.
루터: 이 많은 군중들에게 진리의 빛을 다 전달하지도 못한 채 이렇게 떠나야한단 말이요? 이들에게 성경의 아름다운 진리를 나누어주지도 못한 채 병사들의 칼날이 무서워 도망쳐야만 한단 말입니까?
여집사: 루터 선생님! 이것은 굴종의 도피가 아니라 불복종으로 향한 성령의 간구를 들으시는 것일 뿐입니다. 아직 작센을 비롯한 수많은 남부 독일에 우리들의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부르는 그 갈증에 찬 신음 소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루터: 마틸드 그러나 나는 이미 이 집회를 열며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이요. 구텐베르그 성당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일 때 이미 나는 내 모든 목숨과 이익을 하나님께 담보로 맡기고 이런 활동을 해왔던 것이요. 나는 모르지만 그 동안 내가 뿌린 많은 씨앗들이 분명히 내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이 어쩔 수 없는 인류의 화염과 진리에로의 물줄기를 영원히 그치지 않게 할 것이요!
여집사: 그것은 안 됩니다. 많은 진리의 추종자들은 이 거대하고 흑암 같은 세력에 맞설만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금세 실망하고 이리저리 뿔뿔이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오발도: (뛰어 들어오며) 루터 선생! 병사들이 10분 거리까지 왔소! 빨리 달아나야 할 것 같습니다.
남집사 1: 루터 선생! 당신이 죽으신다면 저희들도 따라 죽겠습니다!
루터: 아!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오! 난 이 유럽의 완전한 복음 전파를 원할 뿐 이 일에 뛰어든 우리 모두가 전멸되는 것은 결코 내 의지가 아니오.
여집사: 루터 선생님, 떠나셔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훌륭한 결정입니다.
퍼시발: (니콜을 뿌리치고 다가가서) 루터 선생님! 떠나셔야 합니다.그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제발 당신은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부탁입니다.
루터: 자넨 누구인가?
퍼시발: 저는 베네딕트 수도원의 한 신학생입니다! 오늘 당신의 말씀을 듣고자 이 먼 길을 달려 왔습니다.
루터: (근엄하게) 내 자네의 눈빛을 잊지 않겠네! 당신을 통하여 베네딕트 수도원의 독종과 암 덩어리들이 다 분해 되고 참 해방이 이루어 질 것이요. 이것만을 내 하나님께 빌겠소!
퍼시발: 루터 선생님!
루터: (들고 있던 성경책을 주며) 이 책을 자네와 같은 신학생 때 지하실에서 발견하여 그날 밤 이불 속에 숨어 읽었소! 자, 이 책을 자네에게 주리다. 이 책으로 오직 믿음을 전하길...
오발도: 늦겠습니다. 빨리 가셔야 합니다. (루터를 끌며 간다)
루터: (나가면서 퍼시발에게) 하나님을 신뢰하라.
퍼시발: (엎드리며) 하나님을 신뢰하라. (루터와 무리들 퇴장한다)
니콜: 퍼시발! 너 어쩌려고 그 책을 받았지? 그 책은 우리가 절대 읽을 수 없는 금서 목록에 들어있어.
퍼시발: 이 멍청아! 너와 난 하나님을 배우고 있어. 그런데, 성경을 읽지 않다니 말이 되니?
니콜: 이 일이 발각되면 넌 베네딕트의 우등생자리 뿐만 아니라, 영원히 교계에서 사장 되어버릴 거야
퍼시발: 흥! 그까짓 것! 나는 저 사람들을 따라가겠어.
니콜: 뭐라고 이런 미쳤구나! 자, 나를 따라와 병사들이 곧 도착할 거야!
(둘 다 퇴장한다. 조명 꺼진다)

제 3 장

(조명이 켜지면 퍼시발, 니콜 서있다)

니콜: 퍼시발 얘기 들었어? 우리가 그 불온집회에 갔던 것을 본 사람이 있다더군. 그래서 그 말씀이 곧 발텐 원장님의 귀에까지 들어갔다고 하더군.
퍼시발: 니콜, 너는 영원히 우리가 이곳에 있을 수 있다고 믿니?
니콜: 그런 엉터리 같은 질문이 어디 있어? 넌, 꼭 우리가 여기 계속 있을 수 없다는 투로 말하는구나.
퍼시발: (좀 있다가) 니콜, 어제 브로모앙이 이 수도원을 쫓겨났어.
니콜: 브로모앙이? 아니, 왜?
퍼시발: 니콜 똑바로 들어. 브로모앙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을 꺼야.
니콜: 아니 왜?
퍼시발: 브로모앙은 은밀히 살해 되었어. (숨을 내쉬며) 수녀와 간음했기 때문이지.
니콜: 뭐라고! 어떻게 수도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수도원엔 수녀가 없잖아!
퍼시발: 니콜, 우리가 있는 이곳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그렇게 거룩하지 않다. 바로 네가 디디고 있는 발밑으로 소피아 수녀원과 통하는 지하통로가 있어.
니콜: 브로모앙은 분명히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이야. 그는 그럴 친구가 아니야.
퍼시발: 브로모앙은 벌써 작년부터 심한 매독을 앓아왔어.
니콜: 말도 안돼! 바로 엊그제까지 철야기도회와 금식을 그가 집도했었어.
퍼시발: 니콜,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으라고 했잖아.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야. 니콜, 우리가 여기 지금 있는 이곳은 결코 하나님이 계신 곳이 아니야. 아마 유황불이 내려온다면 이곳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탈 거야. 면죄부, 고해성사, 성상숭배.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닌 단지 이 체제가 존속되기를 갈망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암수였던 것을 난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
니콜: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아아, 그만, 그만! 나는 너의 모든 이야기를 안 들은 것으로 하겠어.
퍼시발: (진지하게) 성경을 읽어보았어. 수도원이 줄 수 없었던 깊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어. 난 이제 참 자유가 있는 그리고 참 진리가 있는 곳으로 가겠어.
니콜: 그건 자살 행위야! 너는 오직 수도사가 되려는 야망으로 뭉쳐진 녀석이야. 그걸 하루아침에 버리겠다고? 추호의 후회도 없이 너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겠니?
퍼시발: 그래도 난 가겠어. 차마 더 이상은 이 오류 속에 섞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 수 없어! 나는 루터가 있는 곳으로 가겠어. (되돌아선다)
니콜: (말리며) 퍼시발,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퍼시발: 니콜, 내 앞길을 위해서 기도해 줘. (뛰어 나간다)
니콜: 퍼시발! 퍼시발!
(조명 꺼진다)

제 4 장

(조명이 켜지면 루터는 서서 설교를 하고 있다)

루터: 다윗의 시편을 읽겠습니다. “오직 온유한 자는 땅을 차지하며 풍부한 화평으로 즐기리로다. 악인이 의인 치기를 꾀하고 향하여 그의 이를 가는도다. 주께서 저를 웃으시리니 그날의 이름을 보심이로다. 악인이 칼을 빼고 활을 당겨 가난하고 궁핍한자를 엎드러뜨리며 행위가 정직한 자를 죽이고자 하나 그 칼은 자기의 마음을 찌르고 그 활은 부러지리로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원수가 우리를 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란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가운데 빠지든지 바닷물이 흉용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요동할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우리 모두 그분을 찬양합시다.
(모든 회중이 화음을 넣어서 ‘내 주는 강한 성이요’ 찬양을 부른다)
루터: 자, 이제 우리의 각 처소로 가서 주님께 기도드립시다. (밖이 소란하다.)
루터: 무엇이 이리 시끄러운가?
남집사: 루터 선생님, 오발도와 퍼시발이 서로의 입으로 서로를 해하며 손찌검을 하였습니다.
루터: 아니, 서로의 지체들에게 존경을 돌리진 못할망정 다투다니... 다네크, 자넨 그만 나가보게
남집사: 예. 그리고 루터 선생님, 내일 먹을 귀리가 다 떨어졌습니다. 원하시면 아랫마을에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루터: 그러게
남집사: 예. (퇴장한다)
루터: 오발도, 퍼시발 나를 보게. 서로의 진리를 붙들며 굳게 살아가는 이 어려운 판국에 서로를 해하려 들다니... 도대체, 자네들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왔는가?
오발도: 이 녀석, 순 깡마른 체구에다 일을 시키면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하는 약골이라, 손 좀 봐줬습니다.
퍼시발: 이 사람이 저를 애숭이라 놀려댔습니다.
오발도: 이것 보십시오! 성격도 아주 깐깐합니다.
루터: 조용히 못하겠소. 도대체 서로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을 왜 한단 말이요? 지금 우리의 대적들은 우리가 넘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마당에 우리 내에서 이런 분열이 일어나서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이요?
오발도: 이 녀석 좀 배웠다고 빈둥거리며 머리는 빳빳이 세워 다니니 정말 배알이 뒤틀려서 못 봐주겠습니다.
퍼시발: 오발도가 시비를 걸지만 않았으면 오늘 저녁에 먹을 감자는 이미 다 깎았을 것입니다. 툭하면 빈정대고 못살게 구니 이 친구와 더 이상한 조가 되지 않겠습니다.
루터: 허허...이런 ,아직도 뉘우치지 못했구만! “빛 가운데 있다하며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지금까지 어두움에 있는 자요. 그의 형제를 사랑하는 자는 빛 가운데 거하여 자기 속에 거리낌이 없으나 그의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두움 가운데에 있고 또 어두운 가운데 행하며 갈 곳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어두움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음이니라” 자! 이 성경절을 읽고도 당신들이 서로를 이간하시오? 오발도! 퍼시발에게 용서를 구하시오!
오발도: ...
루터: 오발도! 퍼시발에게 용서를 구하시오!
오발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네.
루터: 퍼시발! 오발도에게 잘못을 구하시오!
퍼시발: 미안하네!
루터: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예수 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네! 자네들은 서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은 내어줄 수 있는가? 오발도! 퍼시발을 위해 자네의 목숨을 내어줄 수 있는가? (대답이 없다) 내어 줄 수 있겠는가?
오발도: 예!
루터: 서로를 종으로 섬기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서로를 사랑하라!
퍼시발, 오발도: 예!
루터: 자, 그만 나가보도록 하게나. 참! 그리고 퍼시발은 잠시 남기 바라네. (오발도 퇴장) 퍼시발, 자네에겐 전부터 비상하고 범할 수 없는 그 무엇의 힘이 느껴졌네. 그것은 자네가 단지 많이 배우고 많이 사고하는 연유만은 아닌 것 같네. 그 힘을 아껴야 하네. 쓸데없이 사람들을 소요케하거나 자네의 논리나 사상을 드러내지 말게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변변히 펴보지도 못한 채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힘을 소모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 자네는 이제 곧 큰일을 할 사람이네!
퍼시발: 큰일이라뇨?
루터: 내 생각엔 자네를 이 지방의 지도자로 지목할 생각이네!
퍼시발: 그것은 말도 안 됩니다. 루터 선생님 저 같은 놈이 어떻게 개혁을 하며 하나님의 고귀한 복음을 전한단 말입니까? 제가 감당 못하여 그만 실족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루터: 너무 외람된 말일세! 자네는 충분히 이 남부독일을 하나님의 성령의 통로로 만들 수 있네. 그것이 자네는 이 산중에 남게 한 내 의도이며 동시에 성령의 의지였으니까... 내 계획으로 이번 달 말에 나는 중부나 서부로 갈 예정이니 이후 모든 집회와 대중전도는 자네가 맡아서 해주게.
퍼시발: 루터 선생님! 저는 용기가 없어서 사람들 앞에 설 수 없습니다. 차라리 오발도를 제 대신 세우십시오!
루터: (두 손을 꼭 쥐고) 퍼시발! 자네밖엔 없네. 하나님은 자네를 지목하시고 자네의 머리에 이미 기름을 부으셨네. 이 성령의 부르심을 외면하거나 거역하지 말게!
퍼시발: 루터 선생님! (서로 끌어안는다)
루터: (하늘을 바라보며) 주여! 이 자에게 성령을 내려 주시옵소서! 악의 세력이 이 퍼시발을 함몰시키지 않도록 주님이 친히 이 믿음의 사람과 함께 해 주시옵소서! 이 사람에게 당신을 영원히 사모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눈을 지그시 퍼시발에게 응시한다)
(조명 꺼진다)

제 5 장

(조명이 켜지면 원장과 니콜 서있다)

원장: 이보게 니콜 (목소리를 깔고, 그러나 역겹다) 이것은 참 애석한 일이네만 자네의 친구 퍼시발을 이 학교와 교회에서 영원히 제명하기로 합의 봤네!
니콜: 아니 수도원장님! 부탁입니다. 철회해 주십시오! 그 친구와 저는 죽마고우요 둘도 없는 사이입니다. 태어난 때도 이후 갈 방향도, 목적도 같은 영원한 의형제입니다. 분명히 퍼시발은 잘못을 뉘우치고 되돌아 올 것입니다.
원장: 니콜! (여전히 목소리를 깐다) 벌써 퍼시발이 떠난 지 9개월이 되어가잖는가? 내 그래도 퍼시발의 뛰어난 지성과 공적을 감안하여 여태껏 보류해 왔었는데 이번만큼은 도저히 미룰 수 없었네! 퍼시발을 위해 기도나 하게!
니콜: 원장님 안 됩니다. 그 친구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 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원장: (메스꺼운 소리로) 돌아와? 돌아오면 퍼시발은 참수형 감이네!
니콜: 아니, 그렇다면 ···
원장: 그렇네! 벌써 교황청에서 보는 즉시 제거하라는 살해령을 내렸다네. 은밀하게 추진 중에 있는 일이라 입에 담기도 쉽지 않지만, 자네도 몸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부득불 자네의 이름도 거론되면 자네가 그때 여름, 불법집회에 참석하여 불온사상을 수도원에 유포시킨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그러면 자네도 곧 교수대로 끌려가거나 수도원에서 완전히 사장되어 버릴 걸세. 그러니 구명하려 하지 말고 자네의 몸이나 갈 간수하게. 이 오류의 바람이 곧 그치면 이 수도원과 온 세상에 다시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 테니... (수도원장 퇴장한다)
니콜: 아! 이 일을 어떻게 하는가? 나의 친구여! 나를 왜 이런 암흑의 구덩이로 몰아넣었는가? 아! 나의 의의 친구여! 믿음으로 하나 된 나의 분신이여! 자네를 이젠 어떻게 권면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자네의 이름을, 자네의 얼굴을 이제 어디서 다시 부르고 언제 다시 볼 수 있단 말인가? 오! 나의 친구여! (쩨르멘 힘차게 등장한다)
쩨르멘: 니콜 수도사님, 긴요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니콜: (표정을 바꾸며) 무엇인가?
쩨르멘: 아이들을 풀어 조사해 보았더니 저의 수하에 있는 한 끄나풀이 심상치 않은 정보를 전해 주었습니다.
니콜: 그게 무엇인가?
쩨르멘: 아우그스부르크에서 3월 15일 대규모 집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집회의 주동자가 루터가 아닌,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퍼시발이라 하옵니다.
니콜: 뭐라고? 퍼시발? 안돼! 퍼시발은 안돼!
쩨르멘: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니콜: 퍼시발은 절대 죽여서는 안된다.
쩨르멘: 그것은 반체제적인 사상입니다.
니콜: 안돼! 퍼시발은 안돼. 쩨르멘, 내 수도사로서 자네에게 부탁하네! 퍼시발의 신변을 내게 인계해 주게! 이 보상은 충분히 하겠네.
쩨르멘: 보상?
니콜: 그래. 그리고 이 사실은 절대 입밖에 내지 말게! 이 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결과는 모두 내가 책임지겠네!
(조명 꺼진다)

제 6 장

(조명이 켜지면 퍼시발 서있고 남집사 1, 여집사, 사람들 앉아 있다)

퍼시발: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의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착취당한 많은 권리와 재산은 다 저 한 미치광이 교황에 의해 자행된 추악하고 더러운 죄입니다. 더 이상한 기형화된 조직에 헌신하지 마십시오. 오로지 주 예수 그리스도 만을 의지하십시오, 그분만이 우리의 모든 형편, 아픔과 고통을 아시고 갚아주시며 보상해 줄 것입니다.
아이: (달려 들어오며) 병사들이 와요. 병사들이 와요!
퍼시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남집사 1: 자, 피신합시다. 여기는 위험합니다. 마틸드도 어서. 아니? 오발도는?
퍼시발: (군중들을 보며)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드린 말씀은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것들을 걸고 우리가 증거하는 것에 증인이 됩시다.(나가려다 포위하고 있던 군인들이 나온다)
쩨르멘: (칼을 들이대며) 이 악독한 이단자! 그 더러운 입술로 수많은 양민들을 미혹케 하는 거짓말쟁이! 내 자네를 이 땅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잡고 말리라! 하하하!
퍼시발: (놀라며) 아니, 쩨...쩨르멘!
쩨르멘: 부스카! 이 이단자를 포박하라!
부스카: 예. (퍼시발을 포박한다)
쩨르멘: 카알, 게슬러! 이 추종자들은 다 죽여 버려라. 하나도 남김없이!
병사들: 예! (카알이 마틸드를 칼로 찌른다)
퍼시발: 마틸드!
마틸드: (쓰러지며) 주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 (부스카, 오열하는 퍼시발을 꿇어 앉힌다)
카알: 웃기고 있네. (다시 한 번 내리치자 마틸드 덥석 쓰러진다)
남집사: 퍼시발 선생님, 피하십시오. (이때 게슬러, 남집사를 찌른다)
퍼시발: 안돼! (일어나려 하지만 저지 당한다)
남집사 1: 선생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두번째 찔린다. 그리고 넘어진다) 제 자식들을 위하여, 그리고 저의 영혼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내리치자 죽는다)
쩨르멘: (통곡하는 퍼시발에게) 퍼시발 자네의 인생도 이젠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만. 자네를 쫓던 많은 자들이 다 죽어버리고 이젠 자네 혼자만 남았네. 보라고! 자넨 이 넘어져가는 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나? 이 신음하는 자들을 위해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나? 이들을 위해 면죄부라도 살 수 있나, 이 이단자!
퍼시발: (침착하게) 이들은 내가 아닌 참 하나님을 따르던 자들이었소 이들이 흘린 이 무구한 피값은 참 하나님께서 분명히 갚아주실 것이요.
쩨르멘: (칼을 부하에게 맡기고 허리춤에서 작은 칼을 꺼낸다. 칼빛을 보며 음산한 미소를 짓고는 아이의 뒤로 다가가서 목을 뒤에서 안고 일으키며) 자! 하나님을 불러 봐. 기도를 드려보라고! (퍼시발에게) 자, 잘 보아라! 이 어린아이를 네가 부르는 참 하나님이 어떻게 구하시는지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아이에게 칼을 들이대며) 자, 기도 드려! 어서!
아이: (울면서 눈을 감는다) 하나님 아버지. 도와주세요. (아이가 기도할 때 쩨르멘 칼로 배를 찌른다. 쓰러지는 아이)
퍼시발: (병사들을 뿌리치며 달려든다) 이 악마! (부하들에 의하여 제지당한다)
쩨르멘: (비웃으며) 하나님, 참 하나님이라고? 그 하나님은 이 자그마한 영혼 하나도 거둘 수 없단 말인가?
퍼시발: (오열한다) 하나님이 당신의 칼과 당신의 망함을 주관하실 것이요!
쩨르멘: 웃기는군. 자네가 그 하나님을 만난다면 내 부탁 좀 말해 주시요. 내가 지옥에 가더라도 창녀들이 득실거리는 독방에 떨어지게 해 달라고. 자네의 하나님이라면 마지막 지옥에서 애타게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이 한 가련한 영혼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않겠지?
퍼시발: 나도 어서 죽이시오
쩨르멘: (칼을 들이대며) 그렇게도 죽고 싶은가? 나도 자네를 죽이고 싶지만, (작은 소리로) 니콜 수도사님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해하지 않겠다. 니콜 수도사님만 아니라면 당장에 .... (칼을 들어 내리치려는 자세)
니콜: (등장하면서 황급히 말린다) 쩨르멘! 칼을 거두게.
쩨르멘: (정중하게 절하며) 니콜 수도사님 오셨습니까!
니콜: 자네는 그만 가보게. 전에 얘기했던 대로 이 사람의 신변은 내게 인계하게나. 그리고 이것을 받아 두시오. (돈 주머니를 건네주며) 이 정도로 우리의 은밀한 계약은 끝난 것이오.
쩨르멘: 이것 받고 꺼지라 이겁니까?
니콜: 마음껏 마시게 그러면 마음이 풀리고 이까짓 일쯤 아무런 기억도 안 날만큼 기분이 좋아질 테니 그것이 자네가 살아온 방법이 아닌가?
쩨르멘: 잘도 아시는군요. (병사들에게) 애들아, 가자. (퇴장한다)
니콜: (나지막하게 그러나 애타게 부른다) 퍼시발!
퍼시발: 니콜! (서로 다가가 손을 꼭 잡는다)
니콜: 내 자네를 꼭 한번은 다시 보리라 확신했네. 이런 꼴이 이게 뭔가? 몰골이 말이 아니구만.
퍼시발: 후후, 그렇게 됐네. 미안하네. 자네 앞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서 그러나 내 자네를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었네.
니콜: 그래? 고맙네. (진지하게) 내 자네에게 말할 것이 있네.
퍼시발: 뭔가?
니콜: 부탁이네. 다시 옛신앙을 되찾게. 이것은 수도사로서의 간청이 아니라 한 친구로서의 인간적인 부탁이네. 자넨 이미 죽을 목숨이야. 이 거대한 세력, 그 뿌리가 엄청난 집단, 자네가 암흑세계라 부르는 이 근본적인 악덕의 결집체는 자네를 그냥 이렇게 놔두지 않을 걸세.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가 자네를 없애고 말거야.
퍼시발: (웃으며) 난 이미 죽음을 넘어선 인생을 살고 있어.
니콜: 객기 부리지마 이 멍청아! 네가 죽음을 알아? 네 몸이 차갑게 식어버리고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것이 무슨 뜻인지 넌 아직도 모르니?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의 끝장이야. 아무 의미도 없는 무의 세계로 들어 가는 거야. 죽음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아. 퍼시발 나를 봐. 난 이미 우리들이 그토록 전에 원했던 수도사가 되었어. 거리에서나 교수대에서 비참하게 죽는 것보다 이런 자주색 옷을 입고 수도원에 앉아 있는 것 이 네 인생에 더 낫지 않을까?
퍼시발: 자주색 옷, 그것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서 한올한올 짠 악마들의 도포일 뿐 내겐 아무 가치와 의미를 주지 않는 미물일 뿐이야.
니콜: 네가 살아온 그 수많은 날들이 이 옷하나에 다 바쳐진 것임을 잊었니? 넌 꼭 이 오류의 세력에서 벗어나야 해. 그것이 네가 지금 걸어가야 할 최선의 길이야.
퍼시발: 말 조심해!
니콜: 그럼 뭐야? 너를 이 꼴로 만들었는데 그럼 네가 믿고 따르는 것이 뭐지?
퍼시발: 니콜, 나를 사랑하니?
니콜: (고개를 끄덕인다)
퍼시발: 정말 나를 사랑하지?
니콜: 그래.
퍼시발: 그럼 날 놓아줘. 이것은 내가 내 목숨과 맞바꿔 택한 길이야. 나는 뭐라해도 이 길을 가겠어. 교령집이나 신학대전이 내게 이런 믿음을 심어주지 않았어. 이것은 전에 내가 수도원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뜨거움이야. (성경을 들어올리며) 오로지 성경을 읽었을 때에만 무한한 평안을 느낄 수 있어.
니콜: (외친다) 그 금서는 읽지마!
퍼시발: 니콜, 이건 금서가 아니야. 이것은 은혜의 책이야. 딱딱했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며 주님을 향한 깊은 사랑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란 말이야.
니콜: (애원하며) 퍼시발, 자네의 말을 믿고 싶어. 하지만 그것을 믿기엔 너무 굽어 버렸어. 그 행위를 내 자신이 이미 감당하기 힘들도록 이 체제 속에 너무 깊이 들어 와 있었어.
퍼시발: (손을 잡으며 간절히)니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은 네가 일개 수도사가 되는 것보다 주님의 말씀을 곧이 듣고 곧이 증거하는 일개 전도사가 되기를 더 원하실 거야. 이건 진심이야. 너의 장래를 위하여 그리고 너를 부르시는 사랑이라는 그분을 위해서.
니콜: (일어서며 혼란스러워 한다) 그럼 내가 어쩌란 말이지?
퍼시발: 당장 이 더러운 땅에서 그 더러운 옷을 벗고 나아가는 거야.
니콜: 이걸 벗으라고?
퍼시발: 그래. 그것이 너를 구원하지 않아.
니콜: 이건 너와 나의 영원한 꿈이었어.
퍼시발: 그래서 너는 더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거야.
니콜: (고개를 저으며) 퍼시발, 난 그렇게 할 수 없어.
퍼시발: 그건 너의 의로 된 것이 아니야. 한 젊은 율법사가 내린 잘못된 결단을 너마저 내릴 셈이냐? 아버지를 먼저 장사하겠다고 너도 변명할 테냐? 니콜, 나랑 함께 가자 더 이상 수도사가 아닌 참 하나님의 수도사가 되자.
니콜: (밖을 보며) 아아, 저기 군대 장관이 온다. 퍼시발, 자 가! 너를 한번 이상은 놓아 줄 수 없어. 이번이 내가 너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야. 자 어서 도망쳐. 네가 그토록 원하는 하나님을 따라가라.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줘.
퍼시발: 니콜, (일어서며) 내 뒤를 늦게라도 꼭 따라와라.
니콜: 난 이곳에 남겠어.
퍼시발: 니콜! (가려다가 되돌아본다) 니콜! (달려가 깊게 포옹한다) 내가 꼭 너를 데리러 오마. 꼭 다시 오마.
(황급히 달려나간다)
니콜: (퇴장하는 퍼시발을 보며) 오지마! 오는 날엔 네가 살아 남을 수 없을 거야!
쩨르멘: (취기에 등장한다) 니콜 수도사님, 기분 좋게 걸쳤지만 왜지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하.... 아니, 퍼시발은 어디있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이단자는 어딨소? 이런, 당장 종교 재판에 회부될 줄 아시오. 부스카, 게슬러 그 이단자를 당장 좇아라!
(병사들 미친 듯 뛰쳐나간다. 니콜은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조명 꺼진다)

제 7 장

(불이 켜지면 퍼시발 누워 있고 여인 옆에서 간호하고 있다)

퍼시발: 고맙소 나를 이렇게 위험도 무릅쓴 채 구해주고 간호해주어서. 이 감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여인: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차라리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색하지 않은 말일 거예요
퍼시발: 이름 모를 여인이여. 당신은 내가 어떤 신분의 사람인 줄 아시오?
여인: 그것은 잘 모르지만 혹 신분이 낮거나 높은 것이라 해도 실망하거나 기뻐하지 않겠어요.
퍼시발: 믿을 수 없겠지만 난 당신들 같은 농민들이 환멸을 느끼고 저주하는 수도사였소. 난, 몹쓸 사람이었소
여인: (일어서며) 그렇지 않아요. 전 제가 고통 당하고 의욕을 잃을 때마다 하나님이 이렇게 저를 난처하게 하신 데에는 어떤 아름다운 섭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당신의 전 생애도 하나님이 지금 당신의 모습으로 당신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고 거쳐가야만 했던 시기였을 거예요. 그 생애를 비관하거나 저주하지 마세요. 그 모든 일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세요.
퍼시발: (고개를 저으며) 나는 지금처럼 비참함을 느낀 적이 없소. 내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위해 죽어갔소. 이젠 나만, 나 혼자만 남았소!
여인: 그럼 당신은 이 일에 뛰어들어 어떤 결과를 얻기를 원하셨나요?
퍼시발: 물론 온 세상에 진리의 빛을 전하는 것이었소.
여인: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 하듯이 의를 위하여 죽어간 영혼들은 분명히 또 다른 영혼들을 낳을 것입니다.
퍼시발: 그러나 나에게 이젠 아무런 힘도 용기도 없소. 누가 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오. 나를 이끌어 줄 분은.....
여인: 당신 곁엔 영원히 변치 않는 한 분이 계시잖아요. 바로 당신의 삶의 목적인 예수님... 바로 그분이에요
퍼시발: (뭔가 큰 충격을 받은 듯) 오- 정말 고맙소. 나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 주어서.... 아, 그 어느 때보다도 나는 힘이 넘치는 것 같소.
여인: 감사하다는 말은 쓰지 않기로 했잖아요.
퍼시발: 고맙소 아니, 미안하오. (일어나며 힘있게) 난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소. 다시 내가 받은 모든 빛을 전하러 나아가는 것이요. 더 이상 산 속에 숨어 지내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 그리고 수도원에서 진리를 선포하는 것이오.
여인: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의 빛이 얼굴에 역력하다. 그러나 이내 두 손을 꼭 쥔 채 일어나며) 맞아요.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처음부터 그 길이었어요.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등을 돌린다)
퍼시발: (그 마음도 모른 채) 당장 광장으로 내려가겠소. (몇 발자국 걷다 기침을 하며 쓰러진다) (여인 달려오자) 그러나 난 당신의 이름도 모르오. 나에게 당신의 이름을....
여인: (다시 등을 돌리며)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을 붙잡아 둔다는 것이 무모한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당신은 너무나 위대하고 한없이 높으신 분이거든요 ...나에게.....
퍼시발: 그럼 당신을 이름 없는 여인으로 기억하겠소. 수고스럽겠지만 오늘 떠날 양식을 좀 마련해 주시겠소?
여인: 꼭 승리하시길 빌겠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간다)
퍼시발: 눈물이 많은 사람.... (조명 꺼진다)

제 8 장

(조명 켜지면 퍼시발은 고문에 지친 모습으로 앉아있고 쩨르멘은 그 옆에 서 있다)

쩨르멘: 퍼시발. (음흉하게 웃는다.) 내 자네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찾아 다녔네. 그간 잘도 숨어 다니더구만.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 (술을 마시며) 자네를 만나면 내겐 일종의 독기가 생긴단 말씀이야. 이 끓어오르는 이름 모르는 살인욕구를 도대체 어느 누가, 누가 불어넣는단 말인가? (칼을 들이대며) 퍼시발! 자네 공부도 인생도 다 헛것이구만. 수도사가 되겠다고 떠벌릴 때에 그 위세를 기억하나? 난 역력히 기억하지. (분노에 차서) 왜 지금도 허리를 펴고 목을 곧게 세우며 빳빳하게 풀을 먹인 흰 의복을 입고 다니지 않는가? 누가 자네를 비방하기라도 하면 그 무섭고 독설적인 입으로 아직 대화에 익숙치 않은 상대방을 묵사발 만들던 자네 아니었나, 응?
부스카: (등장하며) 쩨르멘 장군님, 추기경께서 오십니다.
쩨르멘: (몸을 정돈하며) 좀 늦으셨구나.
추기경: (등장한다) 오- 쩨르멘. 자네의 수고가 많네. 그 이단자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
쩨르멘: 바로 이 자 입니다.
추기경: 오- 자네가 우리를 그 동안 그렇게 골머리 썩혀온 친구인가? 아주 대담하고 용기 있는 형제로구만. 자네의 그 용기만은 높이 사고 싶네.
퍼시발: 니콜을 불러주시오.
추기경: 니콜? (쩨르멘에게) 이보게, 쩨르멘. 니콜이 누군가?
쩨르멘: 예. 이 자의 수도사 동기인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지금 이곳 스테르벤에서 수도사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추기경: 오- 참 좋은 친구를 두었구만. 이보게, 그 사람을 당장 불러오게.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게. 이 곳에서 고문이 이루어지던 살인이 자행되던 세상은 새까맣게 이 일을 모르고 있어야 하네.
쩨르멘: (무언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예! 이봐 카알, 당장 스테르벤에가서 니콜 수도사님을 모셔와라.
카알: (고개를 숙이며) 예. (퇴장한다)
추기경: 왜 자네는 니콜을 부르나?
퍼시발: 나의 생명이 오래 되지 않을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요.
추기경: 허허, 정말 우습고도 가련한 답변이군. 죽지 못해 안달이 났나? 이보게 형제, 삶의 근심이 자네를 눌러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법일세.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말게.
퍼시발: 이런 시궁창 같고 더러운 곳에서는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마음까지 이 악취로 물들기 전에 이 세상을 하직하려 합니다.
추기경: 무엇이 자네를 그렇게 만들었나? 나는 아주 가난했지만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 이렇게 추기경이 되었네. 자, 형제여, 당신이 무엇 때문에 쉽게 삶을 포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주님의 은총을 기다려 보게. 어떤가? 자네가 과거를 뉘우치고 교회로 다시 돌이킨다면 난 자네의 과거를 묻진 않겠네. 내 친히 하나님께 은총을 구해보겠네. 원한다면 내 다시 자네를 수도사 직에 복직시켜 줄 수도 있어. 다하지 못한 공부를 마저 하고 충실히 주님의 사업을 하게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두 번쯤 이런 방황과 이탈의 경험을 가지는 것도 자네의 인격과 믿음에 큰 성장을 준다고 믿고 있네.
퍼시발: 내게는 더 이상 그런 수도사 직에 미련이 없습니다. 단지 당신이 이탈이라 부른 이 외도가 영원히 하나님 안에서 지속되기만을 울부짖으며 탄원할 뿐입니다.
추기경: 이보게 형제, 자넨 안 그러면 죽어. 목숨을 담보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젊은 자네로서 너무 큰 희생이 아닌가? 그 연약한 고리에 자네의 전 인생을 건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 아닌가?
퍼시발: 오, 추기경이여, 내 목숨은 일개 썩은 교단의 칼날이나 교수대에 매여진 것이 아니라 저 하늘 아버지의 손바닥 안에 쓰여져 있음을 오히려 감사하는 바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원한 흰 돌 위에 새겨진 새 이름을 이미 천부께서는 나를 위해 마련해 두셨음을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추기경: 정말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군.
카알: (들어온다) 쩨르멘 장군님, 니콜 수도사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쩨르멘: 들여 보내라.
카알: 예. (니콜을 데리고 들어온다)
니콜: (인사를 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라!
추기경: (그의 이마에 손을 대며) 자네의 헌신이 영원하라!
니콜: 이런 무거운 발걸음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추기경: 내 전부터 남부 지방에서 일고 있는 무서운 소요를 계속 주의 깊게 지켜 보아왔네. 그런데 이렇게 주동자가 붙들렸는데 추기경인 내가 임석하여 이 사람의 종교 재판을 보는 것이 의무일 것이네.
니콜: 잘 오셨습니다.
추기경: 나는 방금 이곳에 도착하느라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네. 이곳에서 그간의 여장을 풀 테니 다음주에 있을 이 이단자의 종교 재판을 서둘러 준비해 주게나. 자네가 이 자의 옛 친구 아닌가? 이 형제의 마음을 다음주까지는 될 수 있는 한 체제 내로 돌이키도록 손 써 보게. 자 그럼...
니콜: 예, 알겠습니다.
추기경: 자네의 헌신이 영원하라. (퇴장한다)
니콜: (고개를 숙이며) 하나님을 신뢰하라! (병사들에게) 추기경님의 말을 못 들었나? 이 자를 내게 맡기셨으니 자네들은 그만 나가 보게!
쩨르멘: 제가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얘들아 가자!
니콜: (병사들이 퇴장하자) 퍼시발!
퍼시발: 니콜! (니콜의 손을 붙잡는다)
니콜: 이렇게 또 만났구나. 이런데서 만나지 않기를 주님께 소원하였는데...
퍼시발: 난 나의 갈 길을 이미 다 마치고 이 자리에 영광스럽게 섰네. 내가 증거한 것을 위해 순교자가 될 마음의 준비가 내겐 다 되어 있네.
니콜: (일어서며)자네의 갈 길을 다갔다고? (잠시 있다가) 퍼시발, 자네 우리가 어렸을 때 한 약속 기억나나?
퍼시발: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한 길을 가자고 한 것 말인가?
니콜: 맞아. 자네와 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였지. 정말 옛 생각이 나는군
퍼시발: 많이 싸웠지. 하지만 그 때가 좋았네.
니콜: 그래 그리고 많이 웃기도 했지. 내가 전에 홍역을 치를 때 자네가 산수유 열매를 따 준 것이 기억이 나는군. 그런데 홍역은 해열제가 아닌 발열제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왜 우리는 그 때 몰랐는지....
퍼시발: 그래, 그때 내가 준 그 열매 때문에 자넨 실어증에 걸릴 정도로 열이 발산되지 못했지.
니콜: 그러나 난 자네를 좋아했어.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자네는 지니고 있었네. 정말 자네를 소유하고 싶었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자네를 좋아하면 질투하곤 했었지.
퍼시발: 나는 아무 가치 없는 인간인데...
니콜: 퍼시발, 나는 아직도 자네를 소유하고 싶네. 그건 아마 아직도 내가 자네를 다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자네의 영혼과 사상, 그리고 이렇게 수도원을 뛰쳐나간 열정적인 용기까지 말일세.
퍼시발: 니콜, 자네는 정말 좋은 친구였네.
니콜: 퍼시발, 자네와 내가 같은 길을 가자고 맹세했던 그 약속을 난 아직도 파기하고 싶지 않네.
퍼시발: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자네와 함께 같은 길을 영원히 가고 싶네.
니콜: 그런데 왜 죽으려 하는가? 자네가 죽으면 남겨진 나는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퍼시발: 오, 친구여 나는 죽지만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니야.
니콜: 그런 말은 하지마! (고개를 저으며) 나는 분명히 부활의 소망을 소유하지 못해. 난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일 뿐, 자네처럼 영원한 길을 갈 순 없네.
퍼시발: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넨 구원받을 수 있네. 성경을 읽어보게. 제발 부탁이야 성경을 한 번 읽어보게. 그럼 자네는 변화될 수 있어. 이 미친 듯이 거대해져 가는 칠흑 같은 흑암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어.
니콜: (일어서며) 퍼시발, 난 안돼! 난 이런 모든 것을 버릴 만큼 결단력을 소유하지 못했네. 비단 이 수도사직뿐 아니라 내 어머니, 친구, 동료들을 버릴 수 없네. 또 그들의 따가운 손가락질을 더더욱 감당할 수 없네. 난 정말 가난이 지긋지긋해서 수도사가 됐네. 많은 사람들에 속고 살아 왔어. 정말 서럽고 힘들어서 수도원이란 비상구로 탈출하려 했지. 그러나 이 수도사직도 보기 좋게 나를 기만했더구만. 이젠 난 방향감각을 잃었네. 완전히 희망을 상실했어.
퍼시발: 니콜, 자네 고통을 내가 잘 아네. 나도 가난엔 진력이 난 사람이야. 니콜,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네. 전엔 내가 죽기 싫어 살아왔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죽는 걸세. 다시 한번 말하네. 전엔 죽기 싫어 살아왔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정말 제대로 한번 살아 보기 위해 이 세상을 등지고 죽는 것이네.
니콜: 난 자네의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네. 그러나 퍼시발 난 자네를 또한 영원히 따르고 싶네. 자네가 죽어도, 자네가 이 땅에 누워 차갑게 식어 버려도.....
퍼시발: 니콜! (부둥켜안는다)
니콜: 자네를 살리고 싶지만 이젠 내게 아무 힘도 없네. 더 이상 자네를 구할 수도 도망치게 할 수도 없네.
퍼시발: 이것은 내가 택한 길이네.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걸어가는 것으로 넉넉히 이길 수 있네. 주님을 위하여 흑암같은 이 땅에서 고통을 받는 자에게 우리 주님은 천국에서 그 흑암이 다시 있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다네. (성경을 꺼내며) 자, 이것을 받아두게! 그리고 이 빛을 흑암에 빠져 무지하게 멸망으로 치닫는 백성들에게 힘있게 전하도록 하게. 주님이 자네 안에 함께 계실 거야. (성경을 건네준다)
니콜: (성경을 받고 일어나면서) 그래, 너에겐 예수님이 계셨어. 예수님... 흑암을 깨드리시는 빛...
(조명 꺼진다)

제 9 장

추기경: 이런 독종 같으니··· 일주일 동안 고문을 해도 나아지는 게 없구나!
퍼시발: 나를 뒤주 속에 굶겨도 내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도 나는 절대 내가 믿는 진리를 포기하지 않겠소.
추기경: 네가 미쳤구나! 네 몸 속에 하나님이 계시는 줄 아느냐? 네가 섬기는 하나님은 너더러 이런 지하 감옥에서 고문이나 받으며 손톱 발톱이 다 뽑히는 고통을 당하라 요구하더냐?
퍼시발: 이 고난과 고통은 하나님이 아닌 하나님을 믿는다고 공언하는 사단의 앞잡이들이 내리는 것일 뿐이요.
추기경: 그래, 너의 그 말 때문에 너는 죽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믿어왔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
퍼시발: 의를 위해 핍박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추기경: 너의 그 어처구니없이 놀려대는 입술부터 찢어야 제 정신을 차리겠구나!
퍼시발: 네 입이 아닌 배도의 보좌에 앉는 당신의 겉옷부터 찢으시오!
추기경: 오 - 이 성의를 찢으라니. 그 참람된 말을 다시 주어 담으라!
퍼시발: ‘크게 외치라. 아끼지 말라. 네 목소리를 나팔같이 날려 나의 백성에게 그 허물을 그리고 그 죄를 고하라’하였음을 읽지 않았소?
추기경: 내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은 참을 수 있지만 교황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은 절대로 봐줄 수가 없다. 하나님의 도구를 망령된 입술로 더럽히려 하다니.
퍼시발: 하나님의 도구로 쓰인다는 당신이 어찌 면죄부를 팔아 폭리를 남기고 사람들에게 교회세, 인세를 받아 착복하는 것이요?
추기경: 면죄부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만들어 진 것이다. 한심하고 그릇되게 행하는 이 무지한 영혼들을 구원할 유일한 방책이 바로 이 면죄부인 것이다.
퍼시발: 그렇다면 진정 당신도 면죄부를 산 동전이 성전궤에 땡그랑하고 떨어지는 순간 연옥의 모든 고통당하고 신음하는 영혼들이 천국을 향해 튀어 나간다고 믿는단 말이요?
추기경: 옳도다.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유일한 구원의 길이요, 사망이 이르러 그 그림자 안에 모두 갇히게 된 우리 불쌍한 영혼들이 사죄함을 받는 아름다운 통로인 것이다.
퍼시발: 피 흘림이 없으면 사함이 없습니다. 면죄부를 만든 당신이 우리들을 위해 피를 흘렸습니까? 예수님을 못 보게 하며 그 시선을 면죄부나 교회로 돌려 교회에 완전히 예속되어 교회에만 충성하고 모든 세금과 충성을 받치게 하는 것이 이 면죄부의 목적 아니었습니까?
추기경: 참람하도다! 너는 비카리어스 휠리 데이의 존귀성을 무시하느냐?
퍼시발: 예수께서 문이니 누구든지 예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얻을 것인데 어찌하여 하나님의 대리자를 이 땅에 우리가 따로 두어야 합니까? 그래서 그 존귀성을 가지고 반역자를 처벌한다는 구실로 종교재판을 만들었습니까?
추기경: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종교재판은 너 같이 신을 우롱하며 자기가 최고인양 날뛰는 이단자를 위해 만든 것이다.
퍼시발: 그 잘못된 판단이 천 오백년전 예수를 죽인 것입니다. 예수는 유대인들에 의해 죄인으로 몰리고 그 이단이란 누명 때문에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당신네들이 하나님을 제대로 믿으려는 나를 이단이라 한다면 그 이단이란 말을 영원히 받겠습니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도 이 땅에선 영원히 이단자이셨 듯이 나도 이 땅에선 이단자로 내 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추기경: 너를 살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구나. 너의 그 모난 성품이 너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끄는구나.
게슬러: (황급히 들어오며) 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긴요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쩨르멘: 지금은 종교재판 중이란 것을 모르느냐? 도대체 그 자가 누구냐?
게슬러: 오발도라 하옵니다.
쩨르멘: 오 - 그 충직한 나의 오른손이여! 들여보내라.
오발도: (들어오며) 퍼시발!
퍼시발: (놀라며) 아니, 오발도! 여긴 어떻게 ···
오발도: 자네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였지. 역시 자네가 있어야 살 수 있을 것 같구만.
퍼시발: 여긴 감히 올 곳이 못 돼.
오발도: 나를 용서하게 자네가 처음 붙들렸을 때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바로 나였네. 그 몇 푼이 나를 이런 돌이킬 수없는 죄악을 짓도록 만들었네.
퍼시발: 오- 오발도. 자네의 모든 마음은 이미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네.
오발도: 쩨르멘 대장님, 그동안 제가 당신께 충성해온 과거를 봐서라도 이 사람을 방면해 주십시오. 이 사람대신 그 모든 벌은 제가 달게 받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또한 사실상 남부독일에서 저의 위치가 더욱 중요합니다. 제가 없으면 모든 활동은 중단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이 사람보다는 저를 잡아들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판단이 아닐까요?
쩨르멘: (비웃으며) 오발도, 이 멍청이! 자네가 아직도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자넨 이제 아무가치 없는 정말 단물이 쏙 빠진 쓸모없는 인간이란 말이야.
추기경: (경멸하며)이것 참 재미있게 됐군. 오늘 이 무모한 자의 피를 대지는 먼저 받을 것이다. 이후 최대의 이단자인 퍼시발을 사형시킬 것이다. 이 자를 먼저 끌고가라!
오발도: (퍼시발에게) 정말 미안했네. 내 자네에게 잘못한 것이 정말 많았네. 내 천국에 가서 못다한 용서를 다 빌겠네.
퍼시발: (울먹이며) 이런 법이 어딨는가? 오발도!
오발도: 이런 애숭이같이 울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었네. (병사들 오발도를 끌고 간다) 이봐 애숭이, 내 먼저 가겠네.
퍼시발: (오열하며) 오발도!
추기경: (쩨르멘이 가지고 있던 수건에 손을 닦으며) 왜 저들은 죽음을 마치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경홀히 여기는 것일까? 그런 마음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두렵도다.
쩨르멘: 퍼시발은 화형을 시키도록 한다. 부스카 형틀을 준비하라!
(조명 꺼진다)

제 10 장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명이 켜지고 퍼시발은 무대 중앙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위로 올리고 기도를 드린다)

퍼시발: (크게 외친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주님! 마차바퀴에 치여 죽은 쥐새끼보다 더 초라한 모습으로 이 몸이 부서지고 으깨질지라도 당신만을 오로지 따라가겠나이다. 저 차가운 광장에 내 지나간 음성만이 감돌지라도 못 다 외친 진리는 내가 뿌린 씨앗들이 이어가게 하시옵소서! 주여! 오늘에서야 당신이 채찍에 맞으심과 피흘리심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찢기심을 감사하게 하소서! 아버지!

(못 박히는 소리와 불타는 소리가 울린다)

(쩨르멘 비틀거리며 홀로 칼을 들고 등장. 술을 마신 듯 취기에 찬 자지러지는 웃음-이윽고 자결한다)

(이후 니콜이 성경을 들고 나와 전도한다)
니콜: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음악이 커지며 막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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